Rokkan Kim
작가 노트
SEA THE WALL
바다는 유연하지만 단단한 벽이다. 그것은 우리를 가로막는 동시에 우리를 품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연, 부서지며 다가오는 파도. 바다는 늘 경계를 만들
고, 인간은 그 경계를 넘으려 한다.
Sea the Wall 연작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흐르는 것과 멈춰 있는 것, 자연과 인공, 자유와 억압이 맞부딪치는 장면이다. 물은 부드러우나 쉽게 가둘 수 없고, 벽은 견고하나 균열을 피할
수 없다. 나는 회화와 조형, 빛과 영상의 요소를 활용해 이 상반된 세계가 충돌하는 순간을 표현한다. 물감은 캔버스 위를 타고 흐르고, 콘크리트는 그 흐름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벽이란
언제나 완벽할 수 없다. 틈은 생기고, 물은 스며든다. 결국, 단단함을 지키려 할수록 균열은 깊어진다.
나에게 바다는 공포와 안식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위와 아래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차갑고 무거운 물이 온몸을 감싸며 깊은 곳으로 끌어당겼다. 소리는 사라지고,
시야는 흐려지고, 모든 감각이 낯설어지는 순간. 물은 투명하지만 그 안에서는 길을 잃는다. 그러나 멀리서 바다를 바라볼 때, 출렁이는 수면은 묵묵히 나를 감싸며 고요함을 선물했다. 바
다는 언제나 이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Sea the Wall 속 인물은 나이면서 우리 모두다. 우리는 바다 앞에서 두려워하고, 벽을 세우고, 그 벽을 넘어가려 한다. 그러다 끝내, 바다와 마주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인간은 벽을 만들고, 바다는 그것을 허문다. 그 끝없는 순환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벽이 사라진 자리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