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IA. C
I AM WOMAN, ARTIST, FOREIGNER
그림에 대한 열정이 ‘진정한 나에 대한 탐구와 발견’으로 바뀌게 된 것은 한국에서 작품활동을 시 작한 이후였다.
다만 나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며 내가 진짜로 그려내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 지 고민하는 일이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들…
타국에 있는 이방인으로 서 그들의 언어를 매개로 한 작품을 그려내는 것은, 내가 그동안 품어왔던 예술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공간을 좀 더 가까이하는 작업에 가까웠던 것 같다.
처음엔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의 나에 집중했다.
이방인으로서 한국문화에 대해 하나 둘 배워 나가며 그로 인해 얻은 많은 감상들이 나에게 영감이 되었다.
나의 그림은 외국인이 추는 전통춤 이나 가야금 연주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을 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에게 익숙한 무언가를 생 소한 존재가 펼쳐보일 때 느끼는 그 이질감과 모순이 어쩌면 내 초기작품들의 원천이었는지 모른 다.
이처럼 하나의 캔버스 안에서 다채로운 문화가 뒤섞여 익숙한 듯 낯선 모습으로 하나의 작품 으로 완성될 때 처음으로 한국에서 작가로서의 내 모습을 찾았다.
정체성에 대한 탐구는 나 스스로에 대한 ‘타자화’하는 방식으로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갔다.
작품 속 늠름하고 잘생긴 ‘개’는 바로 ‘또다른 나’이며 이는 나를 지그시 응시한다.
그래서 ‘개’의 형상은 또다른 나이기도 하며 타인이기도 하고, 나의 부모이기도 했으며 또 다른 나라이기도 했다.
전쟁의 비통함과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여성’의 모습은, 바로 내 자신이다.
나는 이를 잊 고 외면하기보다 작품을 통해 승화하고 싶다.
이 세상에 어딘가는 있을 것 같은 내 상상 속 유 토피아의 모습과 나를 닮았지만 국적과 연령을 가늠할 수 없는 다양한 여성들의 아름다운 자화상 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