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Gi-seong
산화된 쇳가루가 뿜는 붉은 기운으로 깊어가는 최근의 평면작업 또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향한, 에너지의 소멸을 향한 세계의 탐색이다. 작업환경과 재료의 작용이 만들어내는 관계망에서 드러나는 색은 산화되어가는 정도를 달리하며 화면에 자리한다. 그것은 바람에 묻어온 건조함으로 밝아지기도 하고, 대기의 축축함으로 어둡게 가라앉기도 한다. 그 울림은 다양함이 내재 된 울림이다. 재료와 재료, 물질과 물질, 그리고 주변 세계의 들어섬이 색으로 깊어간다. 무게와 깊이를 더해 화면을 울리는 색은 산화하는 쇳가루의 존재를 드러내는 빛깔이며, 쇠의 단단함으로 돌이킬 수 없는 유한함의 빛깔이다. 그것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로 바꾸어 놓는 사건의 표면이다.
이기성의 최근 작품에서 색은 작품의 표면에 더해져 구성하는 요소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색으로 이름할 수 없는 세계를 담고 있다. 그것은 색으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그 속에는 주변 세계의 들어섬과 다양한 작용으로 인한 색의 변화가 축적된 공간이다. 산화하는 쇳가루는 소멸하는 것에 대한 환기이다. 그것은 유한함을 확인하는 몸짓이다. 영원하리라 생각으로 치닫는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종인 모멘토모리, 어디에도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없음을 표현하는 즉물적인 그의 어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기성의 작업은 “있는 그대로의 것”에 대한 탐색이다.
-'있는 그대로의 것'으로 있는 세계에 대한 탐색, 배태주 평론 중 발췌